SOOBAAK

모든 로봇의 꿈은 인간이 되는 것이고, 모든 디지털의 꿈은 아날로그를 구현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요즘이야 디지털에도 온기가 담겨 나오는 것 같던데, 그래도 아날로그는 아날로그.

자동차 엑셀을 밟아 rpm을 올린 다음 순간 기어봉을 쥐고 변속을 할 때, 내 등을 탕 치면서 차가 튀어나가는 느낌!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쓸 때, 그 소리와 흑심의 냄새!
수동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철컥 하는 소리와 필름 감는 손맛!
하나 하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꺼다. 아무튼 내가 유독 아날로그가 편하고, 그걸 좋아해서 그럴지도 몰라.

디지털 정보의 특단점 중 하나는, 내가 그걸 검색하고 찾아 불러내지 않으면 볼 일이 없다는 거.

아날로그 정보는 다르다. 폴로라이드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고 치자, 그걸 어디 지갑에 잘 넣어 두었다면, 어느 날 우연히 그게 지갑에서 툭 떨어진다.

그렇게 아날로그 정보는 내가 불러내지 않았음에도 우연히 나에게 다시 등장해 준단 말이다.

명기 중 하나인 POLAROID SX-70이다. 물론 스마트폰에 이 필터가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이 손맛까진 즐길 수 없잖아.

물론 아날로그가 더 돈도 많이 들어가고 수고로운게 맞지만, 사실 그게 아날로그의 맛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