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BAAK

나는 작업자는 못 된다, 그게 나의 부끄러움이었으나 이제는 그냥 받아드리기로 했다. 나는 되려 마케터나 운영자에 많이 가깝다.

SVC의 모든 제품은 다 보고 베끼는 것. 혹은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짜짚어 편집해 놓은 것들. 복각도 뭐도 아니다. 다만 여기에 전혀 guilty는 없는 것이 원래 해 아래 새 것은 없고, 내가 보고 베끼는 것들은 거의 클래식이어서 그 디자인은 공공재 public goods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SVC 화이트 ocbd 셔츠는 빈티지 브룩스 브라더스와 짓먼의 형태를 많이 참고했다. 버킷햇은 일본crown clown hat의 패턴을 기본으로 약간 수정한 거고. 아무튼 우리가 만드는 건 아직 이 수준인데, 그 수준에서라도 진일보하고자 노력하기는 한다.

몇 달 전, 빈티지 코치 벨트에서 너무 맘에 드는 버클의 형태를 발견했다. 이 발견이 시작이었다. 우리는 단가는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딱 원하는 것을 만들기로 했다. 버클도 솔리드 브라스로 몰드 작업을 고집했고, 가죽도 겉감과 안감 모두 이태리 베지터블 가죽으로 선택했다. 이 벨트가 새 것보다 헌 게 더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ephemeral quality는 SVC가 듣고 싶은 최고의 칭찬이다. 결국 그 '방망이 깍는 노인'이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그게 가능하려면 노인이 될 때까지 이 짓을 반복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