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OBAAK

1. 롤렉스는 누가 뭐래도 스포츠 워치로서 여기까지 왔는데, 서브마리너랑 익스플로러만큼 그들의 상징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알류미늄 베젤과 트리튬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익어가는 것까지 즐길 수 있다니... 수박과 이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또 없잖아요. 

무심한데 맛이 깊은, 그리고 자극적인 요소 없이 비례감으로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까지!

2. 롤렉스가 그냥 예물시계였던 시절이 있었죠. 나머지 스포츠 라인은 한국에서 취급도 잘 못 받았더랬습니다.

한참 상한가를 달렸던 데이토나도 옛 어른들은 계측기를 왜 사냐며 홀대하셨더랬습니다ㅋ.

뭐 지금은 롤렉스 매장에 돈 들고 가서 시계 사려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버릴 정도로 ‘그냥은 살 수 없는’ 시계가 되버렸지만 말입니다.

근데 이게 마냥 나쁜거냐? 그렇지만도 아닌게 내가 어렵게 웃돈 주고 샀더래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니 큰 감가 없이 쉽게 팔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거 아니가 싶어요.

3. 롤렉스에서 서브마리너의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 롤렉스 입문자도 섭마를 찾고, 롤렉스 졸업반도 나름의 섭마를 찾거든요.

오늘 수박에서 보여드릴 14060은 그 중간 어디쯤 있는 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고스트 베젤(알류미늄), 트리튬으로 찍힌 야광점과, 사파이어 글래스.

대단한 빈티지는 아니지만 베젤과 야광점의 파티나만 보더라도 막내 빈티지 정도로는 충분히 껴줄만한 시계랍니다. 그래서 수박하고도 결이 잘 맞는 시계죠.

마지막으로는 ‘논데이트 + 두줄’ 덕분에 살짝 비어 있는 느낌의 다이얼 페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게 오리지날의 맛이죠! 단순하면서도 비례감이 좋은! 현행 섭마랑 옆에 두고 비교해보면 맛이 완전 다릅니다. 

두깨감과 무개감부터 다르고요, 낡아지는 느낌도 다르고 아무튼 다른 시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죠.

4. 여담이지만, 롤렉스(그 중에서도 서브마리너)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감가가 적다는거 아니겠습니까. 신나게 차시다가 다시 파셔도 큰 손해 보진 않을 껍니다.